얼마 전 지인 집들이에 갔는데, 스테이크 위에 처음 보는 동글동글한 초록색 알갱이가 얹어져 있더라고요. 무심코 입에 넣었더니 톡 하고 터지면서 알싸한 매운맛이 확 퍼지는데, 평소 알던 후추랑은 완전히 다른 식감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요즘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 타고 있는 먼치페퍼였어요.
먼치페퍼는 캄보디아 캄폿 지역 생후추 열매를 플뢰르드셀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제품입니다. 흔히 아는 통후추나 후추가루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데요. 후추 열매를 말리지 않고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염지 발효시키기 때문에, 알갱이가 탱글탱글하고 씹으면 과즙이 톡 터지는 식감이 살아 있어요.
캄폿 후추는 유럽 미식계에서 수십 년 전부터 명성이 자자한 향신료입니다. 1800년대 후반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본격 재배되었고, 파리 미슐랭 셰프들이 즐겨 찾는 재료로 유명해졌거든요. 2010년에는 유럽연합 지리적 표시제(PGI) 보호도 받았습니다.
맛의 특징은 일반 후추와 많이 달라요. 단향을 베이스로 민트 같은 청량함, 은은한 꽃향기, 캐러멜처럼 고소한 뒷맛까지 복합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처음 씹을 때는 과일처럼 상큼한 과즙감이 퍼지고, 그 뒤로 알싸한 매운맛과 짭조름함이 따라옵니다. 입자가 3-5mm 크기로 통통해서 씹는 재미도 쏠쏠해요.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은 스테이크나 로스트비프 같은 붉은 육류입니다. 고기를 굽고 접시에 담기 직전 먼치페퍼 5-10알을 살짝 흩뿌리면 풍미가 확 살아나거든요. 크림이나 오일 파스타 토핑으로 올리면 느끼함을 잡아주고요. 샐러드, 카르파치오, 치즈 플레이트에도 잘 어울립니다.
의외로 궁합이 좋은 조합이 치즈와 꿀이에요. 크래커 위에 까망베르나 브리 치즈를 올리고 꿀을 살짝 뿌린 뒤 먼치페퍼 한두 알을 얹으면 와인 안주로 훌륭합니다. 달콤함과 짭조름함, 고소함이 한입에 어우러지거든요.
보관은 염지된 상태라 실온도 가능하지만, 개봉 후에는 냉장을 추천드려요. 소금물이 채워진 용기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풍미와 식감이 훨씬 오래 유지되거든요. 보통 6개월 정도는 맛 변화 없이 드실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정품 소용량이 2만 원대 중후반, 본품은 3만 원대에서 형성되어 있어요. 한 번에 쓰는 양이 5-10알 정도라 작은 병 하나로 2-3개월은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많이 뿌리기보다 조금씩 맛보면서 입맛에 맞는 양을 찾아가시는 걸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