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선풍기를 얼굴 쪽으로 돌려놓고 자도 되는지 한 번쯤 걱정해 보셨을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건강한 성인이 밀폐되지 않은 방에서 잠깐 바람을 쐬며 자는 정도로는 흔히 떠도는 사망설처럼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위험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고, 몸 상태나 환경에 따라 불편함이나 작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오랫동안 떠돈 이야기의 핵심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선풍기 바람이 얼굴 주변 산소를 밀어내 질식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밤새 바람을 맞으면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선풍기를 틀고 얼굴 주변 산소 농도를 재 보면 평소 수준인 20.9퍼센트에서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선풍기 바람 정도로는 산소를 밀어낼 만한 기압 차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에요. 질식설은 사실상 근거가 약한 이야기입니다.
저체온증 쪽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역시 과장된 면이 큽니다. 사람이 저체온증으로 위험해지려면 몸 중심 체온이 정상보다 한참 낮은 28도 부근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우리 몸에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조절 기능이 있어서 선풍기 바람만으로 그렇게까지 내려가지 않습니다. 추위를 느끼면 잠결에라도 몸을 웅크리거나 잠에서 깨 선풍기를 끄게 되니, 건강한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지키는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셈이에요.
그렇다면 선풍기 바람이 정말 아무 문제도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바람이 한 부위에 계속 닿으면 그 자리의 땀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국소적으로 체온이 떨어지고 근육이 뭉치거나 다음 날 몸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어요. 또 강한 바람을 코와 입 가까이 오래 맞으면 점막이 마르면서 코가 막히거나 목이 칼칼해지고, 안구가 건조해져 아침에 눈이 뻑뻑한 경험도 흔합니다. 사망까지는 아니어도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분명히 있는 거죠.
주의가 필요한 사람도 따로 있습니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거나 더위와 추위를 표현하기 어려운 갓난아기와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술을 많이 마셔 깊이 잠든 사람, 만성질환으로 몸이 약해진 사람은 바람을 오래 직접 맞는 상황이 건강한 성인보다 부담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하고 더 신경 써서 살피는 것이 좋아요. 떠도는 괴담의 일부가 이런 취약한 상황에서 나온 사고를 부풀린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자는 일 자체가 사람을 죽음으로 모는 건 아니지만, 방식에 따라 몸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바람을 얼굴에 고정하기보다 회전 기능을 켜 방 전체에 부드럽게 돌리고, 문이나 창문을 살짝 열어 공기가 순환되게 하고, 타이머를 맞춰 새벽에는 저절로 꺼지도록 해 두면 시원함은 누리면서 건조함이나 국소 냉각 같은 불편은 크게 줄일 수 있어요. 막연히 무서워할 필요도, 아무렇게나 틀어 둘 필요도 없이 조금만 신경 써서 쓰면 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