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부부가 졸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결국 이혼한 것과 같은 말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따로 산다는 점은 비슷해 보이는데 굳이 다른 말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말입니다. 부부가 법적으로는 혼인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각자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형태를 가리킵니다. 한집에 살되 생활을 분리하기도 하고, 아예 따로 떨어져 지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부부인 상태입니다.
반면 이혼은 혼인 관계 자체를 법적으로 끝내는 것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상 배우자 관계가 정리되고, 재산 분할과 위자료, 자녀 양육 문제까지 법으로 매듭짓습니다. 이혼하고 나면 서로 남남이 되어 상속이나 부양 같은 부부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사라지지만, 졸혼은 그런 법적 권리와 의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래서 졸혼을 택하는 부부는 대개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정이나 자녀, 양가 관계는 깨고 싶지 않으면서도 남은 인생만큼은 자기 방식대로 살고 싶을 때 이 길을 고릅니다. 배우자가 아프면 여전히 가족으로서 돌보고 상속도 받지만, 일상은 각자 꾸리는 셈입니다. 다만 법적 부부이므로 한쪽이 다른 이성과 새로 가정을 꾸리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 두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졸혼은 법적 부부 관계는 유지한 채 생활만 분리하는 것이고, 이혼은 관계 자체를 법으로 끝내는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따로 산다는 점이 같아 보여도 권리와 의무가 남느냐 사라지느냐에서 갈리니, 둘을 같은 것으로 여기기보다 성격이 전혀 다른 선택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