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접어든 부부가 이혼 대신 졸혼을 택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따로 살되 혼인 관계는 유지하는 방식인데, 그렇다면 재산이나 연금은 이혼처럼 나누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먼저 알아 둘 것은 졸혼이 법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부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 생활하기로 한 사실상의 약속일 뿐, 법적으로는 여전히 정상적인 혼인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혼할 때 적용되는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같은 법적 절차가 졸혼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재산을 보면, 이혼은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을 청산해 나누는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지만 졸혼은 혼인이 유지되므로 이 청구권이 생기지 않습니다. 따로 살며 생활비를 어떻게 나눌지는 부부가 합의해 정할 뿐이고, 각자의 명의 재산은 그대로 각자의 것으로 남습니다. 합의 내용을 문서로 남겨 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연금의 분할연금은 일정 기간 혼인한 부부가 이혼했을 때 배우자의 노령연금 일부를 나눠 받는 제도라, 이혼하지 않은 졸혼 상태에서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혼인이 유지되는 만큼 한쪽이 사망하면 배우자로서 유족연금이나 상속의 권리는 그대로 인정됩니다. 졸혼이 오히려 법적 권리 면에서는 안정적인 셈입니다.
정리하면 졸혼은 법적 이혼이 아니어서 재산분할이나 연금분할 같은 절차가 따르지 않고, 상속권과 유족연금 같은 부부로서의 권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졸혼을 생각한다면 생활비 분담과 재산 관리를 어떻게 할지 부부가 미리 구체적으로 합의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