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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왜 거꾸로 매달려 잘까?


동굴 천장에 박쥐가 수백 마리씩 거꾸로 매달려 자는 모습은 다른 동물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박쥐가 거꾸로 매달리는 것은 다리가 약해 서거나 뛰어오를 수 없어 높은 데서 떨어지듯 날아오르는 것이 유일한 이륙 방법이기 때문이고, 발가락 힘줄이 몸무게에 당겨지면 저절로 잠기는 구조라 힘을 하나도 안 들이고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쥐는 날개가 몸에 비해 크고 다리는 가늘어서 새처럼 땅에서 뛰어 날아오르지 못한다. 날개를 펄럭여 양력을 얻으려면 이미 속도가 붙어 있어야 하는데, 높은 곳에 매달려 있다가 손을 놓으면 떨어지는 동안 속도가 생겨 바로 날 수 있다. 땅에 떨어진 박쥐가 기어서 벽을 올라가는 것은 다시 날기 위해 높이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매달려 있는 데는 힘이 들지 않는다. 사람은 철봉에 매달리면 금방 손이 풀리지만 박쥐의 발톱은 근육이 아니라 힘줄로 당겨진다. 힘줄은 다리 위쪽까지 이어져 있어 몸무게가 아래로 당기면 발톱이 저절로 오므라들어 잠기고, 근육을 쓸 일이 없으니 자는 동안에도 풀리지 않는다. 죽은 박쥐가 그대로 매달려 있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 잠금 구조 때문이다.

 

거꾸로 있으면 머리로 피가 쏠리지 않을까 싶지만 박쥐는 몸이 작고 가벼워 피가 아래로 몰리는 힘이 크지 않고, 혈관에 역류를 막는 판막이 있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천장은 뱀이나 고양이 같은 천적이 닿기 어려운 자리이고, 좁은 틈에 수백 마리가 매달리면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도 견딘다. 날 때 쓰는 날개 근육을 쉬게 하면서 안전과 보온까지 챙기는 자세다.

 

박쥐는 거꾸로 매달린 채 새끼도 낳는다. 어미가 날개를 오목하게 모아 새끼를 받고,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어미 가슴에 매달려 젖을 먹는다. 배설할 때는 잠깐 몸을 돌려 발로 거꾸로 매달리는 식으로 자세를 바꾸고, 겨울잠을 자는 종은 동굴 천장에 매달린 채 체온을 주변 온도까지 낮춰 몇 달을 보낸다.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자는 것은 떨어지며 날아오르는 몸과 힘 안 드는 발톱 잠금 구조가 만든 결과이니, 그 자세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박쥐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한 쉼터인 셈이다.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